2017년 시작돼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알트코인 투자 열풍이 디파이를 통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고 합니다. 디파이(DeFi : Decentralized Finance)는 탈중앙화 금융의 약자로, 스마트 콘트랙트 기반으로 구현된 금융 프로토콜을 의미합니다.
디파이 토큰에 대한 투자 심리 과열은 탈중앙화 예금 대출 플랫폼인 컴파운드의 컴프(COMP) 토큰 발행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자산을 예치하거나 빌려가는 사람에게는 컴파운드 프로토콜의 주식 등가물에 해당하는 컴프 토큰을 나눠 주기 시작한 것이죠. 크립토 은행의 주주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먼저 토큰 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자산을 예치하면 연평균 기대 수익률이 100%가 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컴파운드 프로토콜은 엄청난 입소문을 타게 되고 프로토콜이 담고 있는 자산의 총가치인 총예치금(TVL)이 2020년 6월 15일 약 1억 달러에서 1주일 만에 6억 달러로 폭등했습니다.
이에 컴파운드의 사례를 모범 답안 삼아 많은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자체 토큰을 발행하고 채굴 모델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밸런서의 밸(BAL), 커브의 씨알브이(CRV), 우마의 우마(UMA) 등이 그 토큰들 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채굴 모델이 하나도 빠짐없이 큰 성공을 거두자 아예 토큰 발행과 채굴을 주요 장점 또는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프로젝트들은 때로는 익명의 창업자에게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없고 아직 제품도 없이 토큰 발행과 분배와 관련된 스마트 콘트랙트만 가지고 영업을 시작했고, 이런 프로젝트들이 제시하는 연평균 수익률은 작게는 수십 %에서 크게는 8만 %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디파이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채굴 모델을 수익 농사(yield farming)라고 부르며 열광하고 있습니다. 한때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디파이 자금 예치 총액은 94억 달러로 이미 1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2017년 ICO 붐 때는 동작하는 제품이 나와 있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디파이는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 동작하는 스마트 콘트랙트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ICO는 대체로 이더(ETH)를 투자하고 그 대가로 토큰을 받지만 디파이 채굴에서는 자금을 예치해 놓기만 하면 대부분 원금 손실 없이 추가로 토큰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디파이 채굴이라는 것이 상당히 건전한 것이라 생각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디파이 채굴이 진행되면서 디파이 토큰 가격도 크게 상승을 하는 일이 반복되자 많은 사람들이 원금 손실 리스크까지 감수하면서 디파이 토큰을 매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요 거래소들도 이를 부추기듯 디파이 토큰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심도 있는 심사나 상장비용 청구 없이 쾌속으로 상장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토큰을 발행하기 전부터 탄탄하게 내재 가치가 존재하는 제품들을 만들어 내던 디파이 산업이지만 현재의 디파이 토큰의 시가총액에는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디파이 프로토콜이 기반 기술로 사용하는 것은 이더리움입니다. 이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조차 충분한 현금 흐름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현재의 수익 농사 열풍은 절대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을 정도입니다.
디파이 토큰 거품이 형성되는 원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플랫폼의 미래 가치를 담는 토큰이 사용량에 비례해 분배되는데, 사용량이 늘어나고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토큰의 가치가 상승하며 결과적으로 채산성이 높아져 사용량이 더더욱 증가하는 것 입니다. 이 과정의 반복인 것 입니다.
이러한 메커니즘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잘만 활용된다면 프로젝트의 초기 유동성과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굉장히 효과적일 수 있고 지속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디파이 토큰 열풍은 내재 가치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하고 있고 이대로라면 지속 가능하지도 않아 보인다는 여론입니다.
사용자들에게 가치가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열정과 고민보다 단기적인 이익을 위한 투기적 심리가 더 커지게 되면 아무리 좋은 혁신 도구도 사회적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한편, 세계 블록체인 시장에 불고 있는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DeFi) 서비스 열풍에 국내 가장자산 거래소들도 속속 참여하고 있습니다. 거래소들은 디파이 테마 인덱스를 신설하는가 하면, 디파이 토큰 상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디파이 시장이 너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며 거품 붕괴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잇따르고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디파이 정보사이트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디파이 플랫폼에 예치된 자금 규모는 9월 10일 오후 3시 기준 72억4900만달러(약 8조6000억원)로 지난 2일 96억달러(약 11조4000억원)보다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이상 감소했습니다. 디파이 거품론이 일면서 일부 자금이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실제 디파이 관련 사고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디파이 프로토콜 스시스왑에 거버넌스 이중지불 결함(governance double-spend)이 존재한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기존 토큰 보유자가 토큰을 양도 하더라도, 거버넌스 능력을 유지할 수 있어 토큰을 추가로 획득하지 않고도 특정인의 거버넌스 능력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스시스왑은 유동성을 공급한 이용자에게 자체 토큰인 스시스왑(SUSHI) 토큰을 제공합니다. 유동성 공급자에게 거래 수수료의 0.25%를, 스시스왑(SUSHI) 보유자에게 0.05%의 바이백 보상이 지급됩니다.
스시스왑 책임자인 샘 뱅크먼 프라이드 FTX 최고경영자(CEO)도 결함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아직 거버넌스 구조가 활성화되지 않아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디파이 서비스 얌 파이낸스(Yam Finance)는 지난 달 출시 하루만에 5000억원이 넘는 예치금을 끌어 들였지만, 출시 이틀 째에 스마트컨트랙트 버그로 인해 프로젝트 실패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디파이 토큰 QnA>
Q. 현금 흐름이 없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수익 농사로 나눠 주는 토큰 자체가 현금 흐름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A.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 프로토콜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지 여부다. 부가 가치는 경제학적으로 원자재에 추가적으로 더해진 유무형의 가치를 의미하는데 부가 가치 자체를 계산하기가 어려우니 원가 대비 상승한 제품의 가격으로 측정해 볼 수 있다. 결국 회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부가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익이 존재하려면 일단 매출이 존재해야 한다. 매출은 소비자가 돈을 낼 때 발생한다. 수익 농사로 나눠 주는 토큰은 모두 매출이 아니라 지출에 해당한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출혈 지출에 가깝다. 출혈 지출금이 매출보다 적은 프로젝트든, 어떤 프로젝트의 출혈 지출금을 받아 매출로 삼는 프로젝트든 그것이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간단히 말해 지금 돈을 벌어가는 사람은 있는데 돈을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Q. 총예치금(TVL) 자체가 크게 성장했으므로 내재 가치가 증가한 것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A. 예치금의 구성을 봐야 한다. 현재 수익 농사만을 위해 진입한 자금과 수익 농사로 부풀려진 디파이 토큰들이 다시 예치금으로 잡히면서 예치금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때로는 예치금을 토큰으로 유동화한 것을 다시 다른 프로젝트에 예치하는 식으로 그 규모가 부풀려진다. 또 디파이 토큰 간에는 A라는 프로젝트의 토큰이 높은 시가총액을 달성하면 B프로젝트에서 A토큰을 예치하고 다시 B가 잘되면 C가 B를 예치하는 식으로 여러 토큰들이 서로 강한 상관관계를 가지며 가격 상승을 함께한다. 이런 경우에 하나의 토큰 가격이 하락하면 연쇄적으로 다른 토큰들까지 하락하게 될 수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부실 사태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Q. 최근 유니스왑(탈중앙화 거래소의 일종)의 일간 거래량이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주요 중앙화 거래소를 뛰어넘었다. 거래량이 증가하면 거기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증가하므로 내재 가치가 증가하고 현금 흐름이 증가하는 것 아닌가.
A. 맞는 말이다. 하지만 유니스왑 등의 프로토콜에서 발생한 거래량 증가의 원인과 지속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현재 유니스왑은 많은 디파이 프로젝트들의 최초 상장 창구처럼 사용되고 있고 유니스왑에서 해당 디파이 토큰들의 유동성 공급을 하는 이들에게 추가적으로 보상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현재 디파이 토큰 거품에 유니스왑이 편승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면 디파이 토큰 거품이 꺼진 뒤에도 유니스왑의 거래량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될까. 단기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Q. 창업자가 투자금뿐만 아니라 전체 토큰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던 ICO 때와 달리 지금은 투자금도 받지 않고 토큰 발행량도 가져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프로젝트들은 피해를 주려는 의도가 없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A. 어떤 프로젝트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려는 의도를 가지지 않더라도 부실한 내재 가치 대비 사회적 영향력을 많이 갖게 되면 선의의 피해자를 충분히 양산할 수 있다.
Q. 지금 무제한 양적 완화로 여러 자산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 단순히 암호자산, 디파이 토큰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A. 사실이다. 하지만 내재 가치 대비 거품의 크기를 비교해 볼 필요는 있다. 주식 시장에서는 주가수익률(PER)과 같은 수치를 주로 참고하고 해당 영업이익이 지속 가능한지 여부 또한 평가한다. 무엇보다 다른 시장에도 거품이 있다고 해서 디파이 시장에 존재하는 리스크가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
Q. 거품이 터지기 전에 생태계가 내실을 다지는 방식으로 거품이 제거될 가능성은 없나.
A.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거품의 크기가 현재의 내재 가치 대비 크면 클수록 큰 조정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용자들이 돈을 낼 만한 서비스는 결국 암호자산 예금 대출, 마진 거래, 합성 자산, 무기한 선물 계약(perpetual swap) 등의 분야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합성 자산에 대해 더 과감하게 실험하고 도입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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